'15.10.17취케팅성행

아이돌 공연도 40%까지 노쇼… 취소표 사는 '취케팅' 성행

'일단 예약해놓고 보자' 찜해놨던 물량 半이 취소…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기다리면서 2차 예약 전쟁

조선일보 발행일 : 2015.10.17 / 종합 A8 면 

한국에서 예매(豫買)를 받는 업계라면 반드시 취소 표를 다시 파는 시장이 존재한다. 이른바 '취케팅(취소 표 티케팅)'이다. 예약 부도나 취소로 나온 표를 기다렸다가 구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특히 명절 철도·항공 탑승권, 인기 영화·콘서트·뮤지컬 공연 티켓, 스포츠 경기 입장권처럼 온라인 예약이 일반화된 업종은 취케팅 시장 규모가 1차 예매 시장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다.

이런 업종은 온라인 예매가 시작되면 이내 매진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기차·항공기 출발 직전, 공연 시작 직전에 취소 표가 쏟아져 나온다.

예약을 깨도 피해를 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단 여러 개 예약해놓고 나중에 골라잡자는 식의 '예약 쇼핑'이 판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표가 꼭 필요한데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취소 표를 기다리며 취케팅 시장을 기웃거릴 수밖에 없다.

올 추석 연휴 기차표 예매 때도 어김없이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코레일 온라인 예매 시스템으로 추석 연휴(9월 25~29일)에 기차표를 예매한 사람은 135만4000여명이었다. 이들 중 원래 일정대로 발권을 하고 기차에 탄 고객은 29%(40만2000여명)에 불과했다. 무려 71%가 결제를 해놓고 발권하지 않거나 출발 당일 취소한 경우였다. 명절 때마다 표를 사재기하는 암표상과 원하는 시간대 티켓 예매에 실패해 어쩔 수 없이 다른 시간대 표를 예비로 예매해놓은 경우가 포함된 것을 고려해도 높은 수치다.

코레일은 온라인으로 예매한 기차표를 출발 1시간 전까지 취소하지 않으면 10%의 위약금을 물린다. 예컨대 서울~대전 KTX 일반석(2만3700원)을 예매해놓고 출발 직전 취소하면 약 2400원의 위약금을 물게 된다.

그럼에도 명절 대목엔 '노쇼(no-show)'나 예약 취소자가 속출한다. 코레일 관계자는 "2000~6000원 정도의 위약금으론 별 효과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독일은 출발 당일 취소하면 15유로(약 2만원)를 위약금으로 받고 있다.

스마트폰 '택시 예약 앱'도 비슷한 상황이다.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택시' 앱은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호출 건수가 2000만건을 돌파했다. T맵택시, 리모택시 등도 사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9일 자정을 갓 넘긴 시각. 직장인 윤모(27)씨는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전화로 콜택시를 불렀다. 그는 예약을 끝내자마자 다른 콜택시 업체 앱을 켜고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했다. 5분 뒤 처음 부른 콜택시 업체로부터 '131m 거리의 차량 배차 완료'라는 문자가 날아들었다. 두 번째 업체도 이내 메시지를 보내왔다. 느긋하게 기다리던 윤씨는 먼저 도착한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두 번째 택시 기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지만 받지 않았다.

대부분의 콜택시 앱은 예약 취소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본지가 취재한 서울 시내 택시 기사 15명은 "카카오택시를 통해 택시를 불러놓고 도착 직전에 취소하거나, 아예 나타나지도 않는 승객이 열에 둘 정도 된다"고 했다. 일행 여럿이 각자 택시 앱으로 예약해놓고 가장 먼저 도착한 택시를 타고 가버리는 경우도 잦다고 한다. 이런 얌체 손님들 때문에 열불이 나도 택시 기사들은 어디 하소연할 데도 마땅찮다.

공연표 예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것저것 중복 예약을 해놓고 그중 하나를 골라잡는 '예약 쇼핑객' 때문에 정말 공연이 보고 싶은 사람들이 기회를 잡기 쉽지 않다. 대학생 임모(여·25)씨는 "지난해 꼭 가고 싶은 외국 가수 콘서트가 있었는데 금세 매진돼 일주일 동안 인터넷 속도가 빠른 PC방에서 1~2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관계자는 "인기 아이돌 공연도 부도율이 상당해 관객의 30~40% 정도가 '취케팅'으로 막바지에 표를 구한다"고 했다.

출처
http://srchdb1.chosun.com/pdf/i_service/pdf_ReadBody.jsp?Y=2015&M=10&D=17&ID=20151017000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