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0.14몰염치노쇼행각

"전화기 꺼버리고 안와… 하루 식재료비 70만원 날려"

예약부도에 식당 접은 40代… 참다못해 SNS에 이름 공개 "한국서 예약은 자리만 맡기"


조선일보 발행일 : 2015.10.14 / 종합 A8 면 

서울 용산구에서 9년간 프렌치 레스토랑을 운영했던 카일 리(47)씨는 작년 4월 '예약 부도'를 못 견디고 결국 두 손을 들었다. 그는 "한국식 예약 문화에서 식당 영업은 운(運)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이제 예약 부도 때문에 겪는 끔찍한 경험은 끝났다. 앞으로도 한국에선 식당 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2005년 문을 연 리씨 레스토랑은 20석 규모였다. 규모는 작았지만 개업하자마자 '음식 맛있고 친절하다'는 평을 받았다. 레스토랑 가이드북 '자갓(Zagat)'이 서울에서 가장 분위기가 좋은 레스토랑으로 선정했을 정도다. 소문을 타면서 예약이 물밀듯 들어왔다. 그런데 예약해놓고 정작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 '노쇼' 손님도 따라 늘었다. 개업한 지 6개월 되자 평일 서너 건씩 예약 부도가 났다. 크리스마스 같은 대목엔 예약 손님의 절반이 나타나지 않았다. 리씨는 "식재료 비용만 하루에 60만~70만원씩 손해를 봤다"고 했다.

2013년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이날 역시 한 달 전 예약이 꽉 찼지만 손님 태반이 감감무소식이었다. 리씨는 참다못해 트위터에 약속을 지키지 않은 고객 이름과 전화번호를 공개했다. 그리고 이렇게 썼다. '해도 너무합니다. 제일 좋은 자리 달라고 신신당부하던 손님 6명이 결국 안 나타났고 전화기도 꺼버렸습니다.' 그 뒤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어떤 손님은 예약한 시간보다 두세 시간이나 늦게 나타나 "내가 예약한 테이블에 왜 남이 앉아 있느냐"고 고함을 질렀다. '예약 시간이 지나 다른 손님을 앉혔다'고 했더니 '인터넷에 소문을 내겠다'고 윽박질렀다. 리씨는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예약 손님들에게 신용카드 번호와 이름을 받을 궁리도 해봤다. 그렇게라도 하면 약속을 어기는 손님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줄 알았다. 하지만 '식당 주제에 고객 정보를 요구하느냐' '돈 벌려고 환장했느냐'는 손님들 반발에 이내 접었다.

리씨는 "예약은 '시간에 맞게 나타날 테니 믿고 준비해 달라'는 약속인데 한국 사람들은 '자리 맡아두기'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출처
http://srchdb1.chosun.com/pdf/i_service/pdf_ReadBody.jsp?Y=2015&M=10&D=14&ID=2015101400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