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2.18선진국의문화

"한국인들은 RSVP 안해"… 美서 눈총받는 교포들

선진국에선 작은모임이라도 참석 여부 답하는 게 에티켓… 韓人, 가겠다해놓고 '노쇼'도


조선일보 발행일 : 2015.12.18 / 종합 A8 면 

미국 교포 에이미 정(38)씨는 지난 2010년 자신의 블로그에 "한국 사람들은 'RSVP'를 하지 않는다(Koreans don't RSVP)"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백인 남성과 결혼을 한 달 앞둔 때였다. 정씨가 미국에 사는 친척들에게 청첩장을 보냈지만 답장을 거의 받지 못하자 답답한 마음에 올린 글이었다.

북미나 유럽·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결혼식이나 파티 등을 여는 주최 측이 발송하는 초대장 끝에 'RSVP'란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프랑스어 'R?pondez s'il vous pla?t(회답해주시기 바랍니다)'의 앞글자를 딴 RSVP는 행사에 참석할지 되도록 답해 달라는 뜻이다. 실제 선진국에선 초청장을 받으면 반드시 참석 여부에 대한 답을 주는 게 에티켓이다.

정씨는 본지 통화에서 "처음엔 초청을 받고도 답을 하지 않는 것이 동서양의 문화 차이 때문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초청장에 대한 답장이 없자 일일이 전화로 결혼식 참석 여부를 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참석하겠다'고 답해놓고 결혼식장에 오지 않은 사람이 10명이 넘었다. 그는 "초청을 받고 참석 여부를 알려주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참석하겠다고 해놓고 안 나타나는 것이 더 문제"라며 "미국에 사는 한국 교포 중에 이런 행동으로 눈총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3년 전 서울에 유학 온 미국인 레이먼드(42)씨는 "작년과 올해 외국인 친구들과 연극 공연을 하게 돼 한국인 지인들에게 초대장을 보내면서 참석 여부를 알려달라는 추신을 달았는데, 아무도 답장을 하지 않더라"며 "공연장 좌석이 한정돼 있어 참석 인원을 파악하려는 건데, 한국인들은 좀체 참석 여부를 알려주지 않으니 난감하더라"고 했다. 한국에서 10년째 사는 일본인 이노우에(여·42)씨도 "일본에서 결혼식 피로연에 참석하려면 RSVP에 답장을 하는 게 필수"라며 "청첩장에 동봉돼 있는 회신 엽서에 이름과 주소를 적어 신랑·신부 측에 보내야만 피로연에 참석할 수 있다"고 했다.

출처
http://srchdb1.chosun.com/pdf/i_service/pdf_ReadBody.jsp?Y=2015&M=12&D=18&ID=2015121800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