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2.17잘못된예약문화

고깃집 예약했는데… 기분파 상사 "중국집 가자"

노쇼 부추기는 기업·관공서 간부… 회식 장소 2~3곳 중복 예약 후 그때그때 기분 따라 선택

조선일보 발행일 : 2015.12.17 / 종합 A1 면 

"다음 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사흘간 저녁 때 적당한 방 하나 비워놔 주세요."

지난 9월 초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매니저 김모(36)씨는 IT 기업 임원의 비서로부터 단체 예약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사흘 내내 레스토랑에 오겠다는 게 아니었다. 비서는 "저희 임원이 '다음 주 중 저녁에 좋은 레스토랑으로 예약을 잡아 놓으라'고 하는데, 시간이나 인원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아 일단 사흘 모두 예약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임원은 예약한 사흘 내내 이 레스토랑에 나타나지 않았다. '못 간다'고 레스토랑에 연락해준 것도 아니었다.

매니저 김씨는 "황당해서 비서에게 전화해 물어보니 임원이 막판에 다른 곳으로 장소를 잡으라고 해 미처 취소 연락을 못 했다고 하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본지는 대기업이나 관공서가 밀집한 서울 강남, 여의도, 중구 등에서 영업하는 음식점 15곳을 대상으로 예약 부도 실태를 취재했다. 이 식당들을 찾는 손님의 70~80%는 인근 회사원이나 공무원이다. 그 결과 업주 15명 중 12명(80%)은 '단체 예약을 해놓고 윗사람이 그때 그때 기분에 따라 다른 곳으로 바꾸자고 해 예약 부도를 내는 일을 자주 겪었다'고 말했다.

부서 회식이나 송년회 등의 장소 선택권을 쥐고 있는 'VIP 손님'들이 '노쇼(No-show·예약 부도) 유발자'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36)씨는 "단체 손님을 끌어다주는 VIP 고객들은 외식업계 입장에선 갑(甲) 중의 갑이다 보니 노쇼를 해도 따질 수도 없고 속으로만 끙끙 앓는다"고 말했다.

출처
http://srchdb1.chosun.com/pdf/i_service/pdf_ReadBody.jsp?Y=2015&M=12&D=17&ID=201512170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