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2.07배달거부속앓이

배달음식점·배달청년도 '노쇼'에 운다

취소 전화없이 수령 거부 "딴곳에 시켰으니 가져가라" 배달앱 "年 1000건 넘어" 음식 고스란히 쓰레기통에

조선일보 발행일 : 2015.12.07 / 종합 A8 면 

배달 음식점들도 연락 없이 주문 음식 수령을 거부하는 '배달 노쇼(No-show)' 고객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오후 8시.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중국집에서 일하는 정모(43)씨는 탕수육과 쟁반짜장면 세트를 담은 철가방을 한 손에 들고 오토바이를 몰아 인근 오피스텔에 도착했다. 음식을 주문한 집의 초인종을 누르자 배달을 시킨 청년은 "다른 곳에서 이미 시켜 먹었으니 가지고 가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의 집 안에선 피자 냄새가 풍겼다. 정씨는 "주문 취소도 안 하고 이제 와서 안 받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따졌지만, 이 청년은 "생각이 바뀌었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문을 닫았다. 결국 식어버린 탕수육과 불어터진 쟁반짜장면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배달 전문 음식점은 손님의 주문을 받으면 곧바로 음식 만들기에 들어간다. 고객이 음식 조리에 들어가고 주문을 취소하거나 음식 수령을 거부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음식점이 떠안아야 한다.

본지가 취재한 배달업체 업주와 배달원, 주문 대행 애플리케이션 운영자들은 "주문해놓고 몇 분 뒤에 마음이 변했다고 취소하는 고객이 한둘이 아니다"며 "상당수 고객이 취소 전화조차 하지 않은 채 배달을 받고서야 수령을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전국 15만여 개의 배달 음식점을 대상으로 주문 연결을 해주는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요기요' 측은 "주문을 해놓고 수령을 거부하는 사례가 1년에 10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원이 이미 배달에 나섰는데 갑자기 전화로 취소하는 '일방통보형', 배달원이 도착해도 문을 열어주지 않고 전화도 안 받는 '무응답형', 두 가지 메뉴를 시켜놓고 한 가지를 막판 취소하는 '양자택일형' 등 다양하다고 한다. 요기요 관계자는 "'주문하고 보니 리뷰 평가가 안 좋아서 그냥 취소하겠다' '갑자기 약속이 생겨서 나가니까 집에 가도 아무도 없다'며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고객들을 보면 맥이 풀린다"고 했다.

출처
http://srchdb1.chosun.com/pdf/i_service/pdf_ReadBody.jsp?Y=2015&M=12&D=07&ID=2015120700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