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2.07예약부도피해

셰프들도 뭉쳤다
"노쇼의 달, 12월… 약속을 지켜주세요"

조선일보 발행일 : 2015.12.07 / 종합 A8 면 

한국에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스타 셰프도 '노쇼(No-show·예약 부도)'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방송을 통해 이름이 알려지면서 이들이 운영하거나 근무하는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이 늘었지만, 덩달아 노쇼 고객도 많아졌다고 한다. 특히 송년회 등 단체 손님이 몰리는 12월은 셰프들에게는 악몽 같은 시간이다. 여러 레스토랑에 예약을 걸어뒀다가 막판에 한 곳만 선택하고 나머지는 노쇼 해버리는 허수(虛數) 예약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셰프들은 12월을 '노쇼의 달'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노쇼 앞에선 유명 셰프도 못 버텨"

셰프 최현석씨는 작년부터 공중파를 비롯한 각종 TV 음식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유명세를 타면서 그가 일하는 서울 강남의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도 부쩍 늘었다. 그러나 최 셰프는 "연말이 두렵다"고 했다. 각종 송년회와 크리스마스 파티가 몰리는 12월엔 예약을 깨는 고객이 전체 예약 손님의 50%까지 치솟는다는 것이다. 그는 얼마 전 SNS 등에 '노쇼 손님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Shame on you!)'는 글까지 올렸다. 최씨는 최근 오세득, 신동민, 강민구, 장명식씨 등 유명 동료 셰프들과 '노쇼 근절' 캠페인을 벌이기로 힘을 합쳤다. 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출연하는 '노쇼(No-show) 노셰프(No-chef)!'라는 영상을 만들어 대중에게 호소하기로 했다. 자비(自費)를 들여 만든 이 영상에서 이들은 자기 레스토랑에서 셰프 복장을 하고 "노쇼를 하면 셰프도 없습니다" "그 자리(노쇼로 빈자리)엔 신뢰가 없습니다" "노쇼는 예의 없는 행동입니다" "노쇼, 정말 허무합니다"고 외쳤다.

서울 서래마을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오세득 셰프는 "손님들이 불편하게 느낄 예약 부도(不渡) 문제를 이슈화하는 게 셰프로선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레스토랑 운영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노쇼는 셰프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청담동에서 일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신동민씨는 "어제만 해도 점심 예약 고객 7팀 중 2팀이 나타나지 않아 60만~70만원을 손해 봤다"고 했다.

◇"예약 지켜주면 우리도 보답"

셰프들은 "고객에게만 예약을 지켜달라고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한국 소비자들의 노쇼 행태를 바로잡을 수 없다"고 말한다. 고객도 약속을 지킴으로써 혜택을 본다는 믿음이 있어야 노쇼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유명 셰프 에드워드 권씨는 그런 차원에서 예약을 지킨 고객들에게 VIP 카드를 발급해 할인 혜택을 주기로 했다. 그는 "예약을 3회 이상 지킨 고객들에 한해 레스토랑 음식값의 10%를 할인해주고 디저트나 음료수 등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며 "손님에게 음식값을 덜 받더라도 노쇼 손님을 줄일 수 있으면 음식점도 손해를 덜 보게 되니 모두가 윈-윈(win-win)"이라고 했다.

레스토랑 예약 대행 서비스 포잉(poing)은 내년부터 전국 500여 곳의 레스토랑과 협약을 맺고 예약·위약금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대체 업소가 많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업소로 가버리기 쉬운 식당업계에서 손님에게 예약금이나 위약금을 물리는 건 모험이다. 그러나 포잉 측은 "예약을 지킬 경우 예약금의 5%와 음식값의 5%를 적립해 다음에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해주는 인센티브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노쇼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했다. 예약금을 3만원 받는 식당을 예약하고 7만원의 음식을 먹을 경우 5000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예약을 지킨 고객에게 지급하는 적립금은 포잉 측이 부담한다. 포잉을 운영하는 정범진 트러스트어스 대표는 "고객들도 예약금을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출처
http://srchdb1.chosun.com/pdf/i_service/pdf_ReadBody.jsp?Y=2015&M=12&D=07&ID=201512070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