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0.17저급한노쇼문화

예약 깨놓고… 항의하면 인터넷·SNS 통해서 '악평'

온라인 '品評문화'가 왜곡 조장

조선일보 발행일 : 2015.10.17 / 종합 A8 면 

최근 20·30대가 많이 찾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30분 늦었다고 예약을 취소한 음식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일이 있어 식당에 예약 시간을 넘겨 도착했는데 일방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줬다. 괘씸한데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느냐"는 내용이었다. 곧바로 식당을 비난하는 댓글 수십 개가 달렸다. "어떤 식당인지 공개해 망하게 해야 한다" "소비자원에 신고해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구체적인 '보복 방법'까지 알려주는 댓글도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예약 부도율이 선진국보다 높은 이유 중 하나로 근거 없는 '악플 달기'까지 서슴지 않는 저급한 인터넷·SNS 문화를 꼽는다. 특히 '식당 예약 시비'가 이런 인터넷·SNS 악플의 단골 소재다. 예약을 깨거나 취소해 업주들과 다툰 손님들이 "예약해놓곤 깜빡했는데 위약금을 내라고 하더라"는 식의 글을 올리면 해당 식당을 공격하는 댓글과 게시글이 삽시간에 폭주한다.

현대카드는 2006년부터 우수 카드 고객이 카드사 제휴 레스토랑에서 대표 세트 메뉴를 반값에 먹을 수 있게 지원하는 '고메 위크(Gourmet Week)'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레스토랑이 고객에게 요구하는 예약금(음식값의 10~15%)을 현대카드 측이 부담했다. 하지만 여기저기 중복 예약을 해놓고 아무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손님이 속출했다. 2013년 봄 고메 위크 땐 예약 부도율이 28%에 달했다. 카드사 측이 부담한 예약금은 업소 측이 위약금으로 갖는다. 이를 감당 못한 현대카드 측은 2013년 가을 행사부터 회사 측이 부담하던 예약금을 손님이 내도록 바꿨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선 손님이 무조건 갑(甲)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어 예약을 안 지켜놓고도 책임감을 덜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김정숙 제주대 생활환경복지학과 교수는 "예약 부도가 소비자 권리라고 하는 사람은 블랙컨슈머(악성 소비자)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출처
http://srchdb1.chosun.com/pdf/i_service/pdf_ReadBody.jsp?Y=2015&M=10&D=17&ID=201510170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