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1.13포스코노쇼근절

포스코 '노쇼 근절' 캠페인. 

예약 꽉 찬 17개 회의실(강남 포스코센터 2층), 5곳이 노쇼… 포스코도 나섰다

조선일보 발행일 : 2016.01.13 / 종합 A8 면 

지난달 3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포스코 안전생산전략실의 안기상(32)씨는 이날 오전 갑자기 잡힌 부서 회의를 준비하려고 사내 회의실 예약 시스템에 접속했다. 하지만 센터에 설치된 회의실 모두 9시부터 정오까지 예약이 꽉 차 있었다. 그런데 30분쯤 지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직접 회의실을 찾았더니 2층 17개 회의실 중 5곳이 비어 있었다. 회의실을 예약해놓고 취소하지도 않고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안씨는 "혹시 예약한 부서 직원들이 늦게라도 올지 몰라 결국 우리 팀은 사무실에서 서서 회의를 했다"고 했다.

포스코그룹이 12일 '노쇼(No-show·예약 부도) 없애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기업 중에선 아시아나항공과 하이트진로에 이어 세 번째이며, 10대 그룹 중에선 처음으로 '노쇼' 근절 캠페인에 나선 것이다. 제철소에서 시작해 한국 재계 순위 6위에 오른 포스코그룹은 '신뢰'를 제1의 가치로 삼고 있다. 그런 포스코가 새해 들어 '노쇼'를 뿌리 뽑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나선 것은 한국 사회에 자리 잡은 노쇼 관행이 조직의 효율성과 구성원 간의 신뢰를 갉아먹는 주된 요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와 45개 계열사 전 임직원 3만5000명은 노쇼는 물론 예약 시각이 임박해서 예약을 취소하거나 변경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캐치프레이즈를 사내 게시판에 올려 캠페인 시작을 알렸다. 포스코는 매주 월~금요일 아침 사내 방송에서 노쇼 사례와 그 폐해를 다룬 영상도 방영하고 사내 교육도 하기로 했다.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5일 신년 임원회의에서 "좋은 기업으로 가는 지름길은 예약 준수와 같은 '기본 원칙'을 충실히 지키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노쇼를 근절할 대책을 만들어 그룹의 모든 구성원이 지켜나가자"고 말했다.

포스코가 사내 뉴스 사이트인 '포스코투데이'에 노쇼 근절 캠페인을 알리자 포스코 구성원의 '노쇼' 행태를 지적하는 글이 100여개 올라왔다. 이들이 가장 많이 꼽은 사내(社內) 노쇼 유형은 '회의실 노쇼'였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서울 강남의 포스코센터에서 17개 회의실을 쓰겠다고 예약해 놓고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은 비율이 16%에 달했다. 포스코센터 회의실은 사내 인터넷망을 통해 예약제로 사용 신청을 받는다.

철강사업전략실 이수연(26)씨는 "사업장이 서울과 포항, 광양으로 나뉘어 있다 보니 영상회의를 할 일이 많은데 예약이 꽉 차 있어 예약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지만 정작 비어 있는 회의실이 적잖다"고 했다. HR(인적자원)실 이성혁(33)씨는 "회의 시간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회의실 예약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잡아놓는 부서도 있다"며 "정말 사용할 경우에만 예약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했다.

포스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내 교육 프로그램도 노쇼가 잦다. 어학·직무 교육 같은 포스코 사내 교육 프로그램은 참가자를 선착순으로 모집하는데 접수를 시작한 지 반나절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비용은 전액 회사가 부담한다. 하지만 포스코에 따르면 지난해 실시한 포스코의 사내 교육 프로그램 7개의 예약 부도율은 12%에 달했다. 지난해 사내 교육 신청자 6000명 가운데 700명이 교육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포스코그룹은 휴양시설 11곳을 직원 복지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휴양시설 이용 예약을 해놓고도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비율이 2014년 4%였다. 이에 포스코는 지난해 5월부터 '휴양시설 포인트제'를 도입했다. 직원 한 명당 매년 100포인트를 적립해주고 휴양시설을 이용할 때마다 성수기에는 20포인트, 비수기에는 10포인트가 차감되는 방식이다. 여기에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거나 예약 당일 취소하면 30포인트를 깎는 벌칙을 준다. 이렇게 하자 노쇼 비율이 지난해 2%로 줄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예약을 잘 지킴으로써 회사의 생산성과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출처
http://srchdb1.chosun.com/pdf/i_service/pdf_ReadBody.jsp?Y=2016&M=01&D=13&ID=2016011300138